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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난 꿈이 있었죠~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을 내 등 뒤에 흘린대도 난 참아야 했죠.그 날을 위해...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거위‘에게는 꿈이 있었다. 현실이라는 벽을 넘어 하늘을 높이 날아보는 꿈...헛된 꿈이라고 비웃는 사람들로 인해 잠시 머뭇거려야 했던, 그런 꿈이 있었다. 사춘기 시절 내내 나는 내 마음 속이 궁금했다. 대학에 가서 그런 내 마음에 대해, 특별히 내가 꾸는 꿈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고 싶어 고3 내내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었다. 꿈을 이뤄보고자하는 열정으로 인해 피곤치 않았다. 그러나 엄마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그 꿈은 헛된 것이 되어 버렸다. 아픈 동생들 때문에 늘 지쳐있는 엄마를 위해 나는 엄마에게 순응하는 아이로 살았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는 포기하고, 엄마가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도 꿈을 포기 하지 않았었다. ’졸업 후엔 지금 못 이룬 꿈을 향해 미국으로 가야지...‘. 하지만 그 꿈도 엄마에 의해 좌절되었다. 그런 반복된 좌절을 겪으며 ’꿈을 꾼다는 일은 헛된 일이구나...‘하는 결론을 내리고, 30년간 ’꿈꾸지 않는 거위‘로 살았다. 주어진 역할에는 충실했지만, 내 안에서 꿈틀대는 참자기는 외면한 채 살았다.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는 삶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 죽어가는 삶과 같았다. ‘날아오를 수 없다면 차라리 이대로 뛰어 내릴까...’하던 때에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를 사면으로 둘러쌌던 ‘벽’이 무너지는 소리...그 ‘벽’은 나의 꿈을 좌절시키는 걸림돌이기도 했지만, 나를 지켜주는 안전한 울타리이기도 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어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은 혼란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느꼈던 분노는 내 ‘체온’을 높였고, 얼어붙어 있던 참자기를 해동시켜 주었다. 아파트 난간에서 아래만 바라보던 ‘거위’로 하여금 눈을 뜨게 했고,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했다.
왕복 7시간 버스를 타고 오가며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힘든 줄도 몰랐다. 마음 속 꿈은 나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힘을 채워주고 있었다. 석박사과정과 꿈 해석에 대한 수련, 백석센터에서의 수련을 한꺼번에 수행하면서도 그저 행복했었다. 꿈의 정체를 알고 싶었던 사춘기 소녀의꿈은 ‘꿈 해석 상담전문가가 되고 싶다’로 구체화 되었고, 백석상담센터에 인턴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수련 수퍼바이저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추가되었다. 그 두 개의 꿈은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도 과분한, 꿈을 꾸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그런 꿈이었다. 그 꿈은 거위가 하늘을 나는 것만큼이나 헛된 꿈처럼 보였다. 그러나 꿈을 꾸기 시작한 후 6년이 지난 지금, 두 가지의 꿈이 모두 이루어져 있다.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힘이 되었던 그 꿈들이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다. 물론 꿈 해석 전문가라는 꿈은 이루었다고 말하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긴 하다. 하지만, 꿈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했던 꿈, 꿈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싶었던 그 꿈은 이루어졌다. 공부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걱정했다. ’네 나이에...‘, ’강릉에서 서울로 오가며...‘, ’그 어려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냐‘고... 그들의 비웃음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었다. 건강에 위험신호가 자주 찾아왔었다. 강릉에 사는 일은 나에게 ’운명의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현실의 벽보다 나의 꿈은 더 강력한 힘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공부하러 서울에 가는 길은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꿈을 이루어가는 길이었다. 그 발걸음은 가벼웠고 콧노래까지 흘러나오는 감사한 길이었다.’어릴 때부터 꿈꾸던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내담자를 만날 때가 종종 있다. 꿈조차 꾸어볼 여유 없이 살아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하지만, 그녀가 2년간 상담을 받고 난 어느 날, ‘선생님~ 저 너무 선명한 꿈을 꾸었어요!’하면서 꿈을 가져와 준다. 꿈을 가져온다는 것은 내담자가 자신의 일기장에 채워둔 자물쇠의 열쇠를 쥐어 주는 것과 같다. 자신 안의 더 친밀한 영역에로의 초대이기도 하다. 내담자의 꿈 정서를 통한 연상 과정에서, 그동안 방어하던 심층 정서가 드러나기도 한다. 두려움으로 방어하던 수치심, 사랑받는 딸이고 싶었던 어린 아이의 슬픔을 애도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면 어느 순간 현실에서 조차 아무런 꿈이 없다던 내담자에게,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다는 말을 듣게 된다. ‘저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눈물이 핑도는 감격을 느낀다. 슬픔과 절망이라는 벽에 갇혀 있던 자아, 어둠 속에 눌려있던 자아가 강화되어 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이 회복된 것이다. 마수드 칸이라는 분석가는 ‘좋은 꿈’을 꾸는 자아의 능력을 강조하였다. 내담자의 자아가 강화될 때 그의 꿈도 함께 변한다. 더 이상 무엇엔가에 쫒기는 악몽이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해주는 ‘좋은 꿈’을 꾸게 된다. 프로이드는 꿈의 기능을 말하면서 소망의 성취, 수면의 보호를 강조한다. 더 나아가 찰스 브래너는 꿈의 소원성취 기능 자체가 자아에 힘을 보충해 주기 때문에, 꿈을 위해 수면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였다. 사방으로 둘러쌓인 현실의 벽을 만날 때, 그 벽이 숨을 조여올 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구멍이 열리는 경험이 되며 그로 인해 살아 남는다. 어린아이가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서 무의식 속에 억압시켜둔 마음은 성인이 되었을 때 증상, 내적 갈등으로 나타나, 삶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꿈 해석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애도하는 과정은 그 ‘어린 아이’를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과정이다.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생기도록 도와주는 과정이기도 하다.나는 꿈 해석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 자신을 많이 이해하고 나 자신과의 화해도 많이 진행된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이루고 싶어하던 꿈을 이루고 난 지금, 나는 새로운 꿈을 꾼다. 꿈 해석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일을 돕고 싶다는 꿈이다. 자기 자신과의 화해가 결국 하나님과의 화해에까지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로운 꿈을 꾸며 이것이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꿈’일까...생각해본다. 꿈은 나를 살게 한다.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잠에서 깨자마자 꿈 일기를 기록하고 꿈을 분석한다. 분석하며 내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구나...그마음을 꿈을 통해서라도 이야기 해주어 고맙다’ 라고 말해준다. 내 안에 있는 ‘좋은 분석가’에게 깊은 공감을 받는 느낌은 든든한 힘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로 흘러가는 좋은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꿈꿀 수 있는 자유가 내게 있음이, 꿈이 나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음이 감사하다. 내 삶의 끝에서, 나에게 찾아와 내 삶을 이끌어준, 수 많은 ‘거위의 꿈’들에게 고마워하며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삶이 끝나는 그 어느 날, 하나님 품에 안기어 ‘꿈같은 세월이었습니다~’라고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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